AI에 작성을 요청하면 일반론이 돌아옵니다. 질문을 요청하면 우리 숙소 절차가 나옵니다.
신입이 들어올 때마다 같은 설명을 반복하게 됩니다. 체크인 순서, 객실 점검 항목, 예약 변경 처리. 두세 번 말해 주고 나면 매뉴얼로 만들어 두자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막상 쓰려고 앉으면 어디서부터 적어야 할지 막막합니다. 설명은 몇 분이면 끝나는데 글로는 한 줄도 나오지 않습니다.
작성을 요청했을 때 돌아오는 문서
AI에 매뉴얼 작성을 요청하면 몇 초 만에 결과가 나옵니다. 항목이 정리되어 있고 순서도 맞습니다.
그런데 그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 인사하고, 예약을 확인하고, 신분증을 확인하고, 객실 키를 전달한다. 어느 숙소에나 해당하는 내용이라 신입에게 건네줘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신입이 실제로 막히는 부분은 거기가 아닙니다. 주차 등록을 체크인 때 함께 받는지, 엘리베이터가 없는 객실은 어떻게 안내하는지, 금요일 저녁처럼 단체가 몰리는 시간에는 순서를 어떻게 조정하는지. 우리 숙소에서만 다른 단계에서 막힙니다.
매일 하는 사람이 빠뜨리는 단계
그러면 그 단계를 적어서 함께 전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한 번 더 막힙니다.
매일 그 업무를 하는 사람은 자기 절차를 설명할 때 단계를 빠뜨립니다. 몸에 익은 단계라 설명할 항목으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체크인을 설명하면서 예약 확인과 키 전달은 말하지만, 그 사이에 하는 객실 상태 확인이나 당일 특이사항 전달은 넘어갑니다. 본인에게 그 단계는 늘 해 오던 동작에 묻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넘어간 그 부분이 신입이 묻는 질문과 정확히 겹칩니다. 두 번 세 번 같은 설명을 반복하게 되는 자리도 대개 여기입니다.
맥락을 주라는 조언이 작동하지 않는 자리
AI를 쓸 때 상황과 조건을 함께 전달하라는 조언이 있습니다. 실제로 질문에 맥락이 없으면 일반론이 돌아옵니다.
다만 그 조언은 무엇이 우리 숙소에만 있는 조건인지 알고 있을 때 작동합니다. 매일 하는 업무는 그걸 본인이 모릅니다. 다른 숙소도 다 이렇게 하는 줄 알고 있어서 전달할 항목으로 꼽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꿉니다. 조건을 전달하는 대신 질문을 받습니다.
질문을 요청하는 다섯 단계
업무 하나만 고릅니다. 전체 매뉴얼을 한 번에 만들려고 하면 다시 막막해집니다. 체크인이든 객실 점검이든 하나면 됩니다.
아는 대로 순서를 다섯 줄 정도 적습니다. 문장이 거칠어도 괜찮습니다. 그다음 그 다섯 줄을 AI에 전달하면서 이 순서대로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힐 부분을 질문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합니다.
질문이 돌아오면 답합니다. 말하듯이 답해도 됩니다. 답하다 보면 적지 않았던 단계가 나옵니다. 설명할 때는 떠오르지 않던 내용이 질문을 받으면 나오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답을 모아 문서로 정리하게 합니다.
신입이 묻는 질문과 겹치는 구조
이 순서가 작동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 돌아오는 질문이 신입이 실제로 묻는 질문과 겹치기 때문입니다.
둘 다 그 숙소를 모르는 상태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절차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단계와 숙소마다 다른 단계가 구분되지 않으므로, 넘어간 부분에서 그대로 걸립니다. 운영 기준을 담당자 개인에게 두지 않고 문서와 시스템에 남기는 일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준은 이미 있고, 꺼내는 순서가 없을 뿐입니다.
업무 하나로 만들어 보는 첫 문서
한 번에 완성하려고 하면 다시 시작하지 못합니다. 업무 하나로 문서 하나를 만들고, 다음 신입에게 그대로 건네줍니다.
그래도 물어본 항목만 추가합니다. 두세 사람을 거치면 질문이 거의 나오지 않는 문서가 됩니다.
오늘 설명을 두 번 이상 반복한 업무가 무엇이었는지 떠올려 보면, 첫 문서로 만들 업무가 그 자리에서 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