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표는 사람 수보다 적혀 있지 않은 조건 때문에 어려워집니다.

근무표를 짜는 데 몇 시간이 걸립니다. 다 짜고 나면 꼭 한 군데가 어긋납니다. 야간 다음 날에 오전이 잡혀 있거나, 신입만 남는 시간이 생깁니다.

고치면 다른 데가 풀립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사람 수를 맞추고 나서 시작되는 일

근무표는 사람 수와 휴무 희망을 맞추는 일로 보입니다. 그 둘만 보면 금방 끝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맞추고 나면 다른 조건들이 따라 나옵니다. 야간 다음 날은 비워야 하고, 신입은 혼자 두지 않아야 하고, 외국어 응대가 되는 사람이 매일 한 명은 있어야 하고, 체크인이 몰리는 시간에는 두 명이 필요합니다.

이 조건들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짜는 사람이 기억하고 있다가 짜면서 하나씩 꺼냅니다.

떠오르는 순서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

조건이 순서대로 떠오르면 배치도 순서대로 쌓입니다. 먼저 떠오른 조건에 맞춰 사람을 넣고, 다음 조건과 맞지 않으면 앞을 풉니다.

그래서 같은 달 근무표를 두 번 짜면 결과가 다르게 나옵니다. 떠오른 순서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매달 같은 일이 반복되는 까닭도 여기 있습니다. 지난달에 겪은 어긋남을 이번 달에 다시 겪습니다. 지난달 근무표에는 결과만 남아 있고 그때 고려한 조건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조건을 적는 일이 작업의 본체

그래서 순서를 바꿉니다. 배치를 시작하기 전에 조건부터 전부 적습니다.

한 번에 다 떠오르지 않습니다. 지난 석 달 근무표를 펴 놓고 고친 곳을 보면 나옵니다. 왜 이 사람을 여기서 뺐는지 떠올리면 그게 조건입니다. 담당자 여럿이 돌아가며 짠다면 각자 적은 것을 합칩니다. 사람마다 다른 조건을 들고 있습니다.

업무 절차를 글로 꺼낼 때 백지에 쓰면 안 나오고 질문을 받으면 나오는 이유는 업무 매뉴얼, AI에게 작성시키면 빠지는 단계에서 다루었습니다. 근무 조건도 같습니다. 적어 둔 조건 목록을 주면서 이 조건들로 근무표를 짤 때 더 물어야 할 것을 알려 달라고 하면 빠진 조건이 나옵니다.

배치 전에 드러나는 조건 충돌

조건이 목록으로 모이면 배치를 하기 전에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조건끼리 서로를 막는 곳입니다.

외국어 응대가 되는 사람이 두 명인데 둘 다 주말 휴무를 희망하고, 주말에 외국인 손님이 몰린다면 이 셋은 같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근무표를 짜다가 이 상황을 만나면 그때 급하게 하나를 포기하게 됩니다. 매달 같은 사람이 포기하게 되기도 합니다.

목록으로 먼저 보면 무엇을 포기할지 미리 정할 수 있습니다. 조건에 순위를 붙여 두면 다음 달에도 같은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조건 여섯 개를 넘는 순간

조건이 셋이면 머릿속에서 비교됩니다. 여섯을 넘으면 비교할 조합이 손으로 따라갈 범위를 넘습니다.

직원 여섯 명에 사흘 교대만 놓아도 배치 경우의 수가 수백 가지이고, 여기에 조건 여섯 개를 겹쳐 모두 만족하는 것을 찾는 일은 종이 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먼저 맞춘 조건부터 채우고 나머지는 어긋난 채로 두게 됩니다. 어긋남이 매달 같은 곳에서 생기는 까닭도 여기 있습니다.

조건 목록을 주고 배치를 함께 만들면 사람이 비교하지 못하던 조합까지 올라옵니다. 직원 이름은 넘기지 않습니다. 역할과 조건만 있으면 됩니다.

다음 달 근무표를 짜기 전에, 지금 기억하고 있는 조건이 몇 개인지 적어 보면 됩니다. 여섯을 넘으면 매달 처음부터 다시 짜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